2012년 12월 26일 수요일

아무르

안느가 퇴원을 하고, 여느 때와 다름없는 아침식사를 하다가
조르주가 어린 시절의 기억을 이야기 한다.
영화를 보고 집으로 돌아오던 길, 친구를 만나서 스토리를 들려주다가 슬퍼서 울음을 터트린 일.
안느가 말한다.
" 왜 여태 그 얘기를 하지 않았어요?"
" 아직 얘기하지 않은 것이 많아."
팔십이 넘은 노부부는 아직도 못다한 이야기가 많다.
하지만 너무나도 고약하고 지독한 병은 안느를 더 이상 안느일 수 없게 만들어버린다.
남아있던 이야기는 밖으로 나올 기회를 잃고, 평화롭던 노부부의 삶도 중단된다.

가장 두려운 것은 내가 나를 잃는 병.
그것보다 더 두려운 것은
정신을 잃은 나를,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감당해야 하는 상황.

영화를 보면서 많이 울었는데, 그들의 사랑 때문이 아니라
인간의 나약함에 대한 연민 때문이었다.
아무르-사랑이라는 개념은 찬란하고 영원하지만
사랑을 하는 주체인 인간은 한없이 나약한 존재.
조르주에 대한 연민, 안느에 대한 연민, 나약함에 대한 연민.
이런 감정들이 영화 내내 밀려들어서 힘들었다.

아무르.
어쩔 수 없는 순간이 닥치더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사랑.
달라진건지, 잠시 여행을 온 건지 낯선 하네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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