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 17일 목요일

더 임파서블

블록버스터 재난영화를 좋아한다.
강한 긴장감 덕분에 재미도 있지만 싸그리 때려부수고 망가지는 장면에 속이 후련해지는 효과가 있다.

영화는 2004년의 대재앙, 쓰나미를 보여준다.
초토화 현장의 구경꾼이 되어 맛보는 카타르시스는 없다.
마스터샷 대신 클로즈업으로 개인의 신체적 고통과 공포에 집중한다.
영화를 보는 내내 내 다리가, 내 가슴이 뜯겨져 나간듯 따갑고 아팠다.
특히 나오미 왓츠가 나무에 기어올라 가면서 비명을 지를 때는 내 몸이 정말로 욱신거리는 느낌이었다. 거대한 자연재해 앞에 인간의 몸은 얼마나 부셔지기 쉬운 것인지...
휴가를 즐기던 말랑말랑한 정신은 저 밑바닥에 가라앉아 있던 생존본능을 끄집어내어 망가진 신체를 끌고 간다.

이 재난영화에는 영웅이 없다. 대신, 나의 아이를 잃었지만 남의 아이를 구하고, 베터리가 얼마 없지만 휴대전화를 빌려주고, 내 가족과 헤어졌지만 다른 이의 가족을 찾는데 도움을 주는 소박하고도 착한 마음들이 있다. 덕분에 지옥은 숨을 쉴 만한 곳이 된다.

싱가폴로 떠나는 비행기 안, 이륙을 잠시 지연시킨 후 아들이 엄마에게 줄줄 대사를 읊고
엄마가 눈물을 흘리는 촌스러운 마무리는 마음에 안들었지만,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따라가는 초근접 시선 덕분에 나도 죽을고비를 넘기고 살아나온 것 같은, 제대로 간접체험을 할 수 있었다.

나오미 왓츠의 개고생에 박수.
이완 맥그리거 여전히 잘쌩.

댓글 없음:

댓글 쓰기